
군 복무 경력을 인정했는데 왜 여성에 대한 승진차별이라는 판단이 나왔을까.
핵심은 군 복무 경력을 인정한 것 자체가 아니라 ‘어디까지 인정했느냐’에 있었다. 군복무 기간을 호봉에 반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입사 직급까지 다르게 부여하면서 이후 승진 시점에도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8월 31일 한 사단법인에 5급 이하 재직 직원들이 성별과 군복무 경력에 따라 승진상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인사관리 규정을 개선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10월 1일 밝혔다.
같은 직장 입사했는데 남성은 5급, 여성은 6급
사건은 2022년 해당 법인에 입사한 여성 직원의 진정에서 시작됐다.
인권위에 따르면 법인은 신규직원의 호봉을 산정하면서 군복무 경력이 있는 남성 직원은 5급 12호봉, 여성 직원은 6급 10호봉으로 임용했다.
진정인은 동일한 기간 동안 같은 근로를 제공하더라도 입사 당시부터 직급을 다르게 부여하면서 여성 직원의 승진이 남성 직원보다 2년 늦어지는 결과가 발생한다며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단순한 급여 차이가 아니다. 입사 때 결정된 직급 차이가 이후 승진 시점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쟁점이었다.
인권위 “군복무 경력의 호봉 반영 자체는 합리적”
인권위는 군복무 기간을 호봉 산정에 반영하는 것 자체는 제대군인의 사회복귀와 취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합리적인 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군복무 경력을 신규 임용자의 직급에까지 반영하는 것은 다르게 봤다.
「제대군인법」은 취업지원 실시기관이 제대군인의 호봉이나 임금을 결정할 때 군복무 기간을 근무경력에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승진에까지 반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인권위는 「남녀고용평등법」과 관련 업무처리규정에서 고용과 승진에서 남녀를 차별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군 경력이 있는 신규직원에게 높은 직급을 부여하고, 결과적으로 군 경력이 없는 여성 직원의 승진이 상대적으로 늦어지는 데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25년 입사자부터 남녀 모두 5급으로
해당 법인도 이미 인사제도를 변경했다.
인사관리규정과 보수규정을 개정해 2025년 입사자부터는 남녀 모두 5급으로 임용하고, 군복무 경력이 있는 경우 2년의 호봉만 가산하도록 했다.
4급 승진에 필요한 최저소요연수도 남녀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도록 변경했다.
다만 개정된 규정은 기존 재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법인 측은 기존 직원에 대해서는 노사협의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인권위에 답변했다.
이에 인권위는 진정인을 포함한 5급 이하 재직 직원들이 성별과 군복무 경력에 따라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인사관리 규정을 개선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군 경력 인정=성차별’은 아니다
이번 결정을 ‘군 경력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성차별이라는 판단’으로 받아들이면 핵심을 놓치게 된다.
인권위 역시 군복무 기간을 호봉 산정에 반영하는 것에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그 경력을 직급에까지 반영해 승진의 출발점을 다르게 만든 것이었다.
기업과 공공기관 등 인사 현장에서도 이번 결정이 시사하는 부분은 여기에 있다. 경력을 인정하는 제도가 임금에만 영향을 미치는지, 직급과 승진까지 연결되는지, 그 결과 특정 성별에 불리한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입사 당시에는 ‘5급과 6급’이라는 한 단계 차이에 불과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차이가 몇 년 뒤 승진 시점까지 이어진다면 인사제도의 공정성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
이번 인권위 결정은 군 경력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경력 인정이 다른 직원의 승진 기회를 불합리하게 제한하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료: 국가인권위원회 「군경력에 따른 입사 직급 차등 부여는 여성 직원에 대한 승진 차별」(2026.10.1.)














